“삶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명랑한 속삭임.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오히려 삶을 더 단단히 껴안게 합니다.”
<명랑한 유언>(스위밍꿀 출판)은 예능PD 구민정과 오효정의 공동 에세이로, 방송 현장에서 만나 깊은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며 겪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로젝트를 공동 연출하며 최고의 파트너가 된 두 사람. 그러나 오효정PD가 위암 4기 진단을 받으면서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민정은 효정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그녀의 시간을 곁에서 기록했다.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그들은 사랑과 연대로 응답했고, 서로를 돕는 간절하고 애틋한 몸짓들은 책 곳곳에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다. <명랑한 유언>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삶의 마무리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 책은 담담하지만 깊은 성찰로 묵직하고 뭉클한 메시지를 전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 <플롯, 블롭, 플롭>이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6월 1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기술로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다중적 세계를 창조하며 작품을 통해 동시대 자본주의적 이슈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이번 전시는 이전 작품에서부터 다뤄온 석유 자원을 모티브로 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알 마터(Al-Mather)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20세기 역사 속 한 지점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전시 타이틀 '플롯, 블롭, 플롭'은 작가가 운율에 맞춰 세심하게 선택한 것으로 '구획, 방울, 퐁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3년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아트 어워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Golden Nica)을 수상하며 글로벌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는 오는 11월 MoMA PS1에서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아영 개인전 : 플롯, 블롭, 플롭 (Plot, Blop, Plop)> 장소 : 아뜰리에 에르메스 기간 : 2025년 3월 21일 ~6월 1일
새로 부임한 교장의 강압적인 교칙 제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교육의 장'인 학교를 배경으로 처벌과 관용 사이 첨예한 갈등을 그려낸다. 흡사 <정의란 무엇인가>의 연극 버전 같은 본 작품은 교육과 정의, 원칙에 대한 사유의 공간을 열어낸다. 강훈구 각색가는 원작의 선명한 서사와 동서양이 혼재한 홍콩 특유의 지역성 등 원작의 고유한 이야기를 유지한체 한국 관객이 정밀하게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두었다. <붉은 낙엽> 등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이준우 연출의 무대 역시 관심의 초점.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의 조망에서 확장하여, 사회와 개인의 관계, 역사와 사회의 관계 등을 특유의 깊은 시선과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쓸모를 다한 의류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콜라주 작업으로 주목받는 김은하 작가의 작품이 9월 30일까지 더 나노 스퀘어에 전시된다. 더 나노 스퀘어는 롯데하이마트가 선보이는 MZ 세대 취향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오픈을 기념 전시를 기획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김은하 작가는 유니클로의 폐재고를 활용해 양파, 당근과 같은 식재료들을 창작하고, 이것들로 커다란 비건 샌드위치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으로 홈쿡을 테마로 한 'Foodie Viber' 공간을 채웠다. 작가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가 조금 더 가볍고 즐거운 톤으로 이야기되기를 바라며 헌 옷 고유의 색감과 무늬, 질감에 집중해 이를 해체하고 추상화를 그리듯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우리 삶 가까이에 놓인 음식, 식물, 생활용품 등으로 재탄생한 대상들은 새로운 방식의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더 나노스퀘어 팝업> 장소 : 더 나노스퀘어 B1F, B2F 기간 : 2024년 9월 28일 ~ 2025년 9월 30일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에서 기획 전시 <흙진주(Earth’s Treasure)>가 5월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흙’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존재의 근원이자 생명의 순환을 품은 매개체로 바라보며, 현대인의 단절된 감각과 자연과의 관계를 되짚는다. 큐레이터 박승연은 “흙은 생명과 영혼의 순환을 상징해 왔지만, 오늘날 우리는 흙의 생성 속도보다 빠르게 흙을 소모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붕괴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시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흙과 인간, 시간과 존재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며 흙과의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참여 작가는 김주리, 이은경, 이은영, 정아롱으로 설치, 회화, 혼합매체 등을 통해 흙의 상징성과 감각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흙진주>는 “흙은 곧 삶의 은유”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오래된 연결감을 환기시킨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보안1942의 세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흙진주(Earth’s Treasure)>
장소 : 아트스페이스 보안 1, 2, 3 기간 : 2025.4.4 – 2025.5.18 참여작가 : 김주리, 이은경, 이은영, 정아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