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화 스크랩을 시작으로 70년대 월간 전시계 근무, 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90년대 가나아트, 2000년대 김달진미술연구소 개소까지 한국 미술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지속해온 국내 1세대 미술아키비스트이다. 2002년 창간한 서울아트가이드는 전시 정보와 미술계 동향을 꾸준히 기록해온 대표 매체로 자리 잡았으며, 2008년 개관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한국 근현대미술 자료의 보고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전시 팸플릿, 도록, 기사 스크랩를 근간으로 작가별 파일 등 사소해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1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한국 미술사의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금년 들어 박물관에 1월8일 싱가폴 국립대 쩡치첸과 1월 26일 도쿄대 대학원 신은주가 박사 논문 준비로 찾아왔고, 3월 25일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이 내방했다. 울산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대전 카이스트미술관에서 자료 열람과 대여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3월 17일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4월 1일 카이스트미술관 강연, 4월 7,14일 외국어대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강의를 했다. 『월간 춤』에 2020년부터 「미술살롱」, 『미술세계』는 「미술아카이브로 한국미술 돌아보기」를 매월 연재한다.
나는 내 활동이 단순한 수집을 넘어서기 위해 ‘기록의 공공화’라는 방향성을 지향한다. 개인이 축적한 자료지만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시키고, 연구자와 대중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미술 생태계의 기반을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미술평론·저술·강연을 통해 기초 자료 기록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며 한국 미술계에서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또한 시대 변화에 맞추어 현장 메신저인 유튜버 8년차로 각 미술관 기자간담회 참석, 3월 25-28일 아트바젤 홍콩, 엠플러스, 아시아아트아카이브, 크리스티 경매 등을 취재했고 ‘걸어다니는 미술계 인플루언서‘ 별명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가진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활동의 재원인 월간 『서울아트가이드』의 운영은 무가지(無價紙) 이기에 광고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이는 신문·잡지 등 종이 매체의 쇠락과 미술계 경기 변동에 따라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 민간 미술아카이브가 자립적으로 지속되기에는 공공 지원에 한계가 있으며, 김달진의 미술 아카이브는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 기관 특성에 따라 개발된 DB와 표준화되지 못한 메타데이터도 각 기관이 소유한 미술 아카이브의 디지털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아카이브의 특성상 많은 자료들이 저작권 협의 문제로 관내 열람만 가능하거나 온라인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한은 공공 활용 지원을 위한 특별 법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 연간 정부지원사업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사업 종료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되어 죽은 데이터가 되는 사례가 빈번하기에 여전히 민간 아카이브의 꾸준한 업데이트가 의미있다. 작가의 편지, 스케치와 같은 비정형 자료는 목록화 속도가 작품보다 현저히 늦어 열람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내용을 온라인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걸림돌 가운데 기술적인 부분은 AI 시대의 도래하며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만들어졌다. 방대한 자료를 축적해온 김달진 미술 아카이브는 AI 학습 데이터로서 높은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 텍스트, 이미지, 전시 이력 등 축적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메타데이터화할 경우, 연구자들은 특정 작가나 흐름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으며, 일반 대중도 보다 쉽게 한국 미술사에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AI 기반 검색, 자동 분류, 맥락 추천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 ‘보관 중심 아카이브’에서 ‘지식 생산형 아카이브’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 활용을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저작권법과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첫째, 아카이브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인식 전환과 안정적 지원 체계 마련이다. 미술 아카이브는 단순한 자료 보관이 아니라 문화 주권과 직결되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전환과 표준화이다. 자료의 디지털화뿐 아니라 국제적 기준에 맞는 메타데이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연구 환경과 연결되어야 한다. 셋째, AI와의 결합을 통한 활용 확장이다. 단순한 데이터 축적을 넘어 교육, 전시, 콘텐츠 산업과 연계되는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이 요구된다.
김달진이라는 개인이 평생 구축해온 민간 미술 아카이브는 국공립 기관 설립 이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고 보완되어 왔으며 접근을 개방해왔다는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료가 ‘과거를 보존하는 창고’가 아니라 ‘미래를 생산하는 플랫폼’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라는 기로에 이제 서있다. 개인의 열정으로 시작된 이 축적된 자료가 표준화된 공공 시스템과 기술적 진화를 만나게 될 때, 한국 미술 아카이브는 더 풍성해지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작가 지원, 아트페어 지원 등 가시적인 성과에 매진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본 인프라 구축을 잊지 말아야 한다. K아트 세계화에 필요한 연구와 학술적인 담론은 아카이브에서 나온다.
김달진 소개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김달진(1955- )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근무했다. 2002년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하고 편집인,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했고 2025년 정학예사 1급을 취득했다. 2013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를 창립하여 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2016년 홍진기창조인상, 2023년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대통령표창, 저서로 1995년 <바로보는 한국의 현대미술> 2024년 김재희 저 <김달진,한국미술아키비스트>가 있고 유튜버이다.